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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사업

2-3. 갑오브갑중동의 통신사들

     토요일 오후 4시 카톡으로 ‘윗선에서 카카오와 제휴에 관심이 있으니, 빨리 와서 미팅을 할 수 있는가? 다음주 화요일 미팅 가능한가?’ (이슬람 국가는 화~토요일까지 일하고 휴일이 일~월)

     MENA 최대 통신사 Etisalat의 Director, Dragana는 서울이 인도나 동남아처럼 아부다비 옆 동네인 줄 알았나? 아니면 이 회사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서 그랬나?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Etisalat는 MENA 절대다수의 유저들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혁신을 리드한다는 비전과 자부심으로 가득 찬 ‘The 갑 of the갑’ 회사이니 최대한 공손히 일정을 조정했다. 

     미래커뮤니케이션 Director였던 Dragana는 동유럽 출신으로 파트너사들에게는 무척 공격적이고, 자기 보스에게는 충성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모바일 플랫폼 1위 회사로써 카카오는 꽤나 존중하려는 노력은 보였다. 허나 토요일에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나에게 막 들이댔다. 그 제안 중 하나가 카톡 디자인을 자사 브랜드와 로고로 바꿔주면 메신저 1위로 만들기 위한 모든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앱을 새로 만들 수 없다면, 로딩 화면만이라도 바꿔주면 다들 에티살랏트가 개발한 앱으로 알 것이니 나의 보스가 좋아할 것이다라는 식이었다. 

     결국 양사(둘다 갑)의 브랜드에 대한 고집은 좁혀지지 않았다. 

 

UAE의 또 다른 신분 계급사회 (개인적 경험으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고지)

     어느 나라든 통신사는 독과점 산업이다. 중동과 같은 왕정 국가나 독재국가에서는 통신사들의 영향력이 더 극단적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Etisalat는 MENA 최대 통신사로 아부다비에 HQ가 있다. 아부다비는 UAE의 수도이며 국가로 정치, 금융, 투자의 중심지이다. 

     에티살랏트 임직원 구성의 맨 밑단에는 실무 또는 현장 이주 노동자들이 있고, 그 위에 인도인 또는 한국인 실무 매니저가 있으며, 백인계 유럽인들이 Director라는 타이틀로 관리직에 있다. 아무래도 유럽과 가깝고 비즈니스를 많이 하다 보니, 유럽인들이 총괄 관리직이고, 최상위층만이 소위 Emiratis(에미라티)라는 현지인이다. 실질적인 회사 소유주들은 왕족과 연계된 에미라티들이다. 따라서, 1.에미라티 2.백인계 유럽 3.한국인 매니저 4.인도인 실무 매니저 5.실무자 노동자로 구성된다. 

     출신 국가에 따라 직급이 결정된다는 위험한 일반화의 오류를 각오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국 MENA에서의 비즈니스는 의사결정권자를 만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중동 통신사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아주 다르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우호적이고 좋은 평가를 해주는 실무진과 매니저가 있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잘 되어간다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자는 바로 에미라티들이다. 

     중동에서 사업하기 위해 소위 Middleman(로비스트, 집사)들을 통하는 것은 오래된 비즈니스 관행이 다. 이들이 최고의 협조자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의 진척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확답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대기업과 일하는 경험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UAE는 Etisalat 외에 Du라는 통신사가 있고, 사우디, 이란 등은 각각 국영 통신사들이 있는데, 이들과의 만남은 다음 포스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