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on과의 첫 미팅은 Skype를 통한 비대면 영상 통화였다. 그 이전에 메일로 정보를 주고받았을 때는 업무 내용을 파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영상통화에서 Simon의 쉼 없는 토크는 30%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듣는 언어가 영어인가 싶을 정도로 강한 웨일스 엑센트와 길거리 음악과 같은 높낮이, 그리고 맥락 없는 농담과 원어민들만 아는 관용어는 나를 절망스럽게 했다. 앞으로 과연 이 친구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영어를 경험했다고 나름 자신했던 나는 Simon과 1시간 비대면 통화 후 다시 한번 절망했다. 영어 공부는 정말 끝이 없구나! 영국 현지인들조차 Simon의 영어는 마치 음악과 같다고 아름답게 표현했지만, 분명 표준 영어는 아니었다.
이제는 Simon의 쉼 없는 토크와 농담을 80% 이상 이해한다. 그는 여전히 본인만의 독특한 영어에 자신감 뿜뿜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은 상호작용이다.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나처럼 영어 원어민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나마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안 들리던 단어와 맥락을 이해하면서 그 친구 영어가 조금씩 들리게 되었다.
Simon이 한국에 유독 관심을 가진 이유는 많은 서양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또, LG전자, 파라다이스호텔과 같은 한국 기업과 사업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첫 시작은 MENA(중동) 지역 로열패밀리, 즉 사우디 왕자와 연결된다고 해서 비즈니스 논의를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https://brunch.co.kr/@eent123/18 몇 해가 또 지나서 또 다른 기회인 글로벌 스포츠 클럽과의 비즈니스도 결과물은 제로였다. https://brunch.co.kr/@eent123/23
Simon이 소개했던 파트너들과 카카오가 제휴 사업을 논의했을 때 MOU라도 먼저 진행하자고 요청했었는데, 나는 회사 입장을 대표해야 했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MOU로 구속되지 않기 위해 거절했던 것이 아직도 미안하다. 그 친구도 대표이사라서 투자자들과 직원들에게 뭔가 진척된 상황이 필요했을 것이다.
비록 비즈니스 결과는 없었지만, 지속적으로 안부를 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관계를 지속하다가 Simon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비즈니스가 아닌 친구로 만났다. 물론 그 이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내가 카카오와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물어보았지만, 대부분의 대화는 사적인 것들이었고,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아직도 Simon은 EPL 클럽에 아는 사람이 많다며 토트넘 손흥민 경기 티켓을 구해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1장이 아니라 가족 모두. 물론 사이먼의 허세인지 실없는 농담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 흘려보낸다. 부담되고 싶지 않아서 인데, 그래도 혹시나 결정적 순간에는 한번 부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