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어떤 투자자들을 피해야 하나요?" 세상에 나쁜 투자자(또는 투자회사)와 좋은 투자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 (또는 우리 회사)와 맞는 투자자와 맞지 않는 투자자가 있을 뿐이다. 결국 창업자가 투자를 받을때에는 나와 맞는 투자자를 만나야하고, 그런 투자자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녀야한다. 그러면 '어떤 투자자가 좋은 투자자인가?' 에서 '어떤 투자자가 나와 맞는 투자자인가?' 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나의 스타트업은 어떤 상태인가를 잘 알아야 한다.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다양한 투자자 그룹들이 있지만,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겠다. 초기단계 투자자와 후기단계 투자자 또는 기관 투자자로. 초기단계 투자자에는 엔젤 투자자(보통 개인 또는 조합의 형태)와 시드 투자자(보통 회사 또는 기관의 형태)가 있다. 창업자 자신과 가족, 친구는 예외로 한다. 이들은 전문 투자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3F(Family, Friends and Fool)라고도 한다.
이들 초기단계 투자 전문가들은 제품, 시장, 팀 세가지 투자기준중에서 주로 창업자와 팀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따라서, 초기단계 스타트업에게 좋은 투자자인 초기단계 투자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1. 왜 창업자가 (또는 창업멤버들이) 스타트업을 하게 되었는가?
2. 창업멤버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이번 창업이전 어떤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았는가?
3. 왜 창업멤버들이 이 제품과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주로 창업동기와 팀간의 신뢰, 팀웤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볼 수 있다. 왜냐하면, 투자자의 가장 큰 리스크는 창업자가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다. 창업자와 개발팀은 만약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창업 또는 프로젝트 경험이 남는데 반해 초기단계 투자자는 사업이 중단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단계 투자자는 예측하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비즈니스를 이어가서 성공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생존력이 강한 팀을 원한다.
이와 달리 초기 스타트업에게 현재 매출이 얼마이고, 3년뒤, 5년뒤의 예상 매출계획을 물어본다면, 둘중 하나이다. 초기단계 투자자로써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투자할 의지가 없을 확률이 높다. 창업자는 이런 투자자들의 질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후기단계 투자자(Series A 이후 단계)들이 하는 질문들은 많이 다르다. 후기 투자자들은 주로 펀드를 운영하는 기관 투자자일 가능성이 크고, 이들은 LP(Limited Parnter)라고 하는 위탁기관들에게 투자수익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관심이 많다. 실례로 실리콘밸리의 어느 스타트업 데오데이에서 한 투자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즈니스모델만 질문했던 적이 있었다.
한 유명한 VC 투자자는 VC의 본질은 Banker 라고 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들이 아무리 그들의 역할을 미화하려고 해도 본질은 자본을 투자하고 회수하는 면에서는 은행과 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매출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후기단계 투자자는 투자하려는 회사의 제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는 판단하에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비교적 큰 금액을 투자한다.
그래서, 그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한다. 예를들면, 지난 1년~2년간 매출 데이터, 매월 또는 매주 매출추이, 유료 고객숫자 증가율등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때에는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검증한 매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볼수록 투자자의 전문성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10~50억 단위의 Series A 단계의 투자금액을 요구하면서, 매출지표에 대해 잘 모르는 창업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실투자금액은 Case by Case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투자액과 지분율을 대략 알아보면, 한국에서는 후기단계 투자. 즉, 시리즈A의 경우 보통 10억~50억, 실리콘밸리에서는 100억이상의 투자가 이루워진다. (이와 비교할때, 초기투자는 엔젤투자의 경우 한국에서는 보통은 1~5천만원/1인당 1~5%의 지분을 가지게 되고, 시드투자의 경우는 이보다 좀더 많은 5천만원~5억까지 약 10~20%의 지분을 가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리콘밸리의 경우는 이보다는 큰 규모의 금액이 투자된다. 그만큼 스타트업에게 소요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의 의지, 비젼, Team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크기와 제품의 경쟁력을 많이 물어본다. 그래서 Product market Fit 이라는 용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현재는, 초기와 후기 중간단계의 투자와 투자금액도 존재한다. 소위말하는 Pre-Series A 또는 Seed 금액이 큰 경우이다. 보통 금액으로 보면, 한국에서 5억~10억 정도이며, 이 경우는 매출지표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으돼, Series A 정도의 자세한 데이터와 분석까지는 아니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창업자는 어떤 투자자를 만나야하고 어떤 투자자를 피해야하나?" 현재 회사의 재무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단계의 투자자들을 만나서 그 단계에 맞는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면 될 것이다. 그중에서 나의 스타트업에게 우호적으로 지원하려고 하는 투자자가 바로 창업자가 만나야하는 투자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