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직장 경력기간에 비해 이직을 많이 한 편입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때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제 경험을 토대로 직장을 바꾼다는 것 특히, IT업계를 바꾸어서 이직한다는 것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12년동안 6개의 직장들....거기서 맡은 업무(또는 임무)가 바뀌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심지어 군대생활동안에도 보직이 바뀌었을 정도니, 그동안 업무를 전임자에게 인수받고, 내가 인계해준 일들이 정말 많았네요.
이전 경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장으로 스카웃(=업그레이드, 영전)이 되어서 이직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회사 시스템에만 적응하면 빠르면 3개월이내에서도 회사가 (또는 자기상관이) 원하는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성과 (Performance)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직장경력이 있는 경력자로써 업계를 바꾸어서 이직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예를들면, 내가 IT영업 경력이 있고, 성과가 좋았으니, 무슨 영업이든 바로 적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은 '자기오만' '자아도취의 착각'이라는 것이지요. 내가 IT 하드웨어 마케팅을 해보았으니, 게임 또는 서비스 마케팅은 당연히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IT업계라고 하면, H/W, S/W, 컨설팅 서비스와 같은 인프라 산업이 있고, 또한 포탈, 게임을 포함한 각종 온라인 서비스 산업이 있고 이는 하나의 IT라고 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영역의 산업입니다.
업계를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기술지식 뿐아니라 공들여 쌓아올린 인간관계(인맥)를 다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어디서나 열심히만 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어려움은 경력자에게 단기성과를 원하는 회사나 상관의 기대와 함께 개인에게 크나큰 심리적 부담과 압력으로 다가옵니다.
현실적 어려움중의 하나는 기존 업계에서 오래동안 경력을 쌓아온 분들과 초기에는 손해아닌 손해를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들면, 직급, 직위 또는 연봉등 benefit들)그들에게 없는 다른 경험과 인맥을 새로운 영역에서 차별화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 직장에서보다 훨씬 더 열심히 뛰어야만 합니다. 때로는 억울하고, 불합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받아들여야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자꾸 '이전 직장에서 잘 나갔던 내가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다니...'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됩니다.
힘든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업무 이외의 시간에 친한 분들과 고민을 털어놓고 구체적인 도움도 받고 싶은데, 업계가 다르다보니, 이전에 깊은 신뢰관계를 가졌던분들이나 친한분들과도 공통화제가 이미 달라져 있습니다. 점점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업계분들과 새로운 신뢰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초기 직장인의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ㅎㅎㅎ)
전문지식 측면에서는 당연히, 한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기존 분들에 비해, 경험과 지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회사에서는 경력자에게 많은 시간과 여유를 허용해 주지 않습니다. 모두 정규 업무시간이외에 개인의 노력에 의해 극복해야만 합니다.
이런 인간관계 측면과 전문지식 측면의 어려움들을 극복해야만 서로 다른 업계에서의 경험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전업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되고, 이는 본인을 이도 저도 아닌 상태의 어정쩡한 경력으로 만들게 됩니다.
업계를 바꾸어서 이직하신 분들, 또 새로운 직장이나 기회에서 새롭게 시작하시는 모든 분들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그 모든 어려움과 노력이 바로 "내공" 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에게 쌓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