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몰에 입점하려는데, 규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백반증 커버 솔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메디컬 뷰티 기업을 지향하는 L사 대표와의 사전 멘토링 질문이었다. 질문은 단순했고 하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원한다는 요청이었다.
그런데, 멘토링이 마무리되어 가는 한 시간 뒤, 우리는 아마존몰 입점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선택과 집중 우선순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회사 현황 파악 : 대표가 곧 고객인 회사
회사를 창업하고 제품을 만든 목적은 대표 본인이 백반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품을 만들었고, 그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기록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커뮤니티가 생겼다.
제품 기획자가 고객 자신이라는 것은 항상 강력한 소구 포인트다. 말할 필요도 없이 시장과 고객 니즈를 대표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국의 백반증 시장만으로는 TAM(Total Addressible Market, 전체 시장 규모)이 작다.
다른 K-beauty 회사들처럼 해외로 나가야만 한다.
진짜 문제는 우선순위
나는 이 회사의 솔루션을 제시하기 전에 회사 글로벌 진출 현황부터 파악했다. 일본에는 파트너사를 찾았지만 판매가 기대에 못 미쳤다. 동남아는 쇼피 등 현지 몰에 등록했지만 판매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시장인 북미도 두드려 본다고 아마존 입점을 준비 중이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하는 흔한 실수다.
'일단 뭐라도 해보자!'
구체적인 글로벌 전략이 없이 세 지역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어디에서도 성과가 없다.
아마존 규제를 풀면 회사의 문제가 해결될까? 아마존몰에 입점한다고 알아서 판매가 될까?
그 카테고리에는 이미 중국산 유사 제품이 넘쳐난다. 상위 키워드 노출까지는 오랜 기간 광고와 마케팅에 돈과 사람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글로벌 담당자가 없다. 대표가 혼자 처리해야 한다.
규제를 통과해도 또 하나의 "등록만 된 채널"이 늘어날 뿐이다. 동남아에서 이미 겪은 일이다.

질문을 통해 우선순위 찾아가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고객은 누구일까요? 개별 사용자인가요? 아니면 우리를 대신해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할 유통 파트너인가요?"
"우리 제품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파트너가 어디에 있나요?"
"그 파트너에게 제품 공급 외에 무엇을 지원하고 있습니까?"
"파트너와의 약속은 계약서에 있습니까, 아니면 구두입니까?"
대표는 답했지만, 자신이 없어 보였다.
일본 파트너 역시 본인이 백반증 환자로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국과 유사한 시장이다. 그러나 제품만 공급했을 뿐 콘텐츠도 마케팅 지원도 없었고, 일본 파트너사와의 약속은 모호했고, 모두 구두였다.
내가 이 회사에 제시한 멘토링은 세 가지였다. 일본에서 작은 성공사례를 먼저 만들고, 그것으로 투자를 받아 미국에 간다. 제품만 주지 말고 파트너를 성공시키되, 시장과 제품 가치를 이해하는 파트너에게만 한다.
그리고 구두 약속을 독점 기간과 목표 KPI, 달성과 미달 조건이 명시된 계약으로 바꾼다.
[결론]
이 회사에 정작 필요한 것은 아마존몰 입점 방법이 아니었다. 전략적 파트너와 어떤 계약을,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였다. 상담의 주제가 완전히 바뀌었다.
멘토링을 오래 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다. 멘티가 가져오는 질문은 대개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요청사항에 답만 해주는 멘토링은 증상을 하나 없애 줄 뿐이다.
회사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질문을 통해 지금 먼저 할 일을 함께 찾는 것. 그것이 멘토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같은 문제라도 회사가 처한 상황마다 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