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만 했을 때는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 있다.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에 내 고정석(with 책상, 노트북)이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내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동안 당연했던 모든 것이 돈(=비용)이라는 현실을 자각한다. 강남에 사무실부터 얻고 사업을 시작하면, 월 임대료 1백~2백만원이 그냥 깨지는데, 그 협소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무실 관리 비용은 별도이다.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주차 지원해 주고 차 한잔이라 내오고, 역세권이 되려면 오래된 빌딩이어도 월 2~3백은 줘야 한다. 눈높이는 한없이 올라간다.
눈을 낮춰 보증금 없이 월 단위 비용을 내는 공유 오피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정석이 아닌 ‘라운지’라는 형태로 사용하면 여러 지점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장점은 있으나, 나만의 자리는 없으니, 짐을 항상 챙겨야 하고 회의 또는 미팅을 하려면, 1시간 단위로 미리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스타트업계의 네트웤과 정보를 잘 활용하여 정부지원 또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사무실 비용을 최소화할 수도 있으나, 이 또한 한시적인 방법이고, 장기간 한 회사만 사용하지 못하게 규정이 엄격히 되어 있다. 마지막 고육지책은 지인 사무실 빈 공간을 빌려 시작할 수 있으나, 타회사 직원들과 지인의 눈치를 살펴야 하니,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이 모든 방법을 다 해 보았다.
사업 전에는 사무실 임대료로는 벌지 않겠어라고 생각을 했으나, 막상 제 비용을 제하고, 직원 인건비를 충당하고 나의 최소 월급을 가져가려면,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3개월이 지나는 시점부터 직장인 일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압박감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비용에 대한 부담감 보다 더 어려운 점이 있다. 창업을 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점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지만, 해 본 사람만 안다.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서 어떤 제안을 할까? 점심은 누구와 먹고, 오후 티타임 동선을 짜고, 저녁 네트워킹 자리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 계산해야만 한다. 미리 계획하고 고민하고, 내가 먼저 전화나 카톡을 해야만 무언가 작은 사업기회라도 시작된다. 회사에서 수동적인 자리만 있었던 사람이라면, 본인이 먼저 연락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사업하는 모든 오너들의 꿈인 ‘나 없이도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막상 그런 상황이 만들어져도 대표는 회사밖에서 마음 편할 수 없다. 시장이나 업계가 갑자기 나빠지지는 않을까? 기존 고객이 마음을 바꿔 발주처를 바꾸지 않을까?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면 철석같이 믿고 있던 회사의 핵심 인재가 나가 비슷한 사업을 해서 우리 직원과 고객을 빼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가 끝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이번 달 자금 상황은 괜찮은가? 투자금이든, 외상 매출채권이든 우리 회사 계좌 안으로 비로소 들어와야 운영 자금이 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내가 수금까지 직접 지속적으로 챙겨야 하니 퇴근을 해도 진정한 퇴근이 아닌 것이다.
참고로 아래 책에는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와있다. 직장생활하다가 처음으로 내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었던 11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029197
하지만, 창업자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이다. 시간과 공간의 얽매임이 없고, 누군가에게 보고하거나 눈치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오는 심리적 자유가 아주 달콤하다. 압박감을 견디고 멘탈 강화 후 자유를 바탕으로 생긴 여유는 직장인으로는 가지기 어려운 포스를 만들어 낸다. 즉,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주체성이 형성된다. 이는 대화를 하다 보면 저절로 나타난다.
직장인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일만 하면 된다. 그러니, 항상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사고의 자유도 제한적이다. 대표들은 항상 out of box! 기존에 하던 거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라 한다. 그러나 종업원은 원래 틀에 갇힌 사고밖에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업원은 대표와 엄청난 갭(Gap)이 생기고, 창업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바로 고정급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무실 출근에 대한 개념도 정말 다르다. 창업자는 너무나 쉬운 출근길이 직장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직장인에게 재택근무와 자율 출퇴근 제도 등 출퇴근 시간에 대한 자유가 굉장히 큰 혜택이다.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순간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자율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직장인과 스타트업 창업자 둘 다 장, 단점이 극대비 된다. 양립할 수 없다. 창업자의 단점은 직장인의 장점이고, 직장인의 단점이 창업자의 장점이다. 양쪽을 경험해 보면, 상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으나 현실은 항상 서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달고 산다.
우리는 두 가지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100세 시대, 인생 3모작 시대에 변하지 않는 명제가 하나 있다. “누구나 한 번은 꼭 창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직장인과 창업을 둘 다 경험해야만 한다. 그 시점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