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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

스타트업과 골프

by 베론글로벌_BGP 2026. 1. 29.

골프에 빗댄 어설픈 조언

예전에 어느 스타트업 대표와 대화하며 설익은 조언을 건넸던 적이 있다. 그 대표가 이런저런 문제들로 고민을 계속하길래, 나는 골프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골프에서 힘을 주면 줄수록 공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 갑니다. 힘을 좀 빼세요. 혼자 고민하고 걱정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멤버들과 함께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옵니다.”

맥락 없이 골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기에 꽤 괜찮은 비유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힘을 뺀다'는 말이 골프와 스타트업 모두에 통용된다고 믿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대표가 나중에 말해주었다. 그때 그 말이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골프를 치지도 않고, 즐길 여유도 없던 시기에 내 조언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나는 스타트업 경영을 골프에 빗대어 말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지하고 인정했다.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한 방향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창업자에게 오직 내 경험의 언어로만 이야기한 셈이었다.

한동안은 커리어 성장과 사업 목적으로 시작했던 골프가 스타트업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여 아예 그만두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에만 올인하고 집중하다 보면 다른 면을 보지 못할 수 있기에, 오히려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골프 스윙에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공이 멀리 가는 게 아니라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스타트업에서도 대표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할 때 조직은 경직되고 팀 문화는 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턴트로서 이제는 비유의 조언보다 상대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앞으로 골프를 치든 사업을 하든, 조금 덜 쥐고 조금 더 나누는 방식으로 힘을 빼는 연습을 계속해 보려 한다. 그것이 결국 장기적으로 더 멀리 가는 방법이라고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코어 카드와 인증서

골프 관련 앱 서비스들

최근 골프 스타트업 시장을 컨설턴트의 시각에서 요약하면 '버티컬 앱'‘슈퍼앱’으로 양분된다고 본다.   

 

스마트스코어: 500억 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B2B(골프장 관제)와 B2C(스코어 관리) 데이터를 장악했다. 최근 커머스와 보험 등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으나,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본질적인 편의성을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유료 구독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과연 필드 플레이에서도 이런 분석적 데이터와 정보가 반드시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필드를 나간 사람들은 좀 더 여유 있게 자연을 즐기러 가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스코어 앱을 지웠다.

 

카카오골프예약: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예약의 번거로움을 제거했다. 최근 일본 골프장 실시간 예약 등 글로벌 확장세가 무섭다. ‘골프 예약’이라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며, 그 외 목적의 기능들은 별도 앱으로 분리하는 전략을 취했다.

 

골프존: 스크린 골프의 절대 강자다. '나스모(나의 스윙 모션)' 영상과 방대한 샷 데이터를 통해 유저를 **락인(Lock-in)**시키고 있지만, 과도한 광고 팝업과 오류가 여전히 눈에 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사용해 보며 내린 결론은 스크린 골프필드 골프의 목적은 명확히 다르다는 것이다. 스크린은 정교한 데이터를 통해 '측정하고 교정하는 연습의 도구'로 활용하고, 필드는 동반자와의 호흡, 자연 속에서의 리듬감을 익히는 '마음 관리의 공간'으로 쓰는 것이 맞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와 지표는 스크린의 스코어처럼 냉철하게 분석하되, 팀원들과 시장을 대할 때는 필드에서의 여유로운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경영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