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오너십과 직원 관계에 대한 성찰: 평행선인가, 교차점인가?
최근, 주변 지인들로부터 개인과 법인을 동일시하는 회사 대표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법인을 개인 사업처럼 동일시하며, 여러 편법을 동원하여 회사 자산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대표들의 특징이 법인 설립 시 개인의 자본과 네트워크로 시작했기 때문에 (또는 공동 창업을 했으나, 여러 이유로 혼자 경영하는) "회사는 곧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보통 이런 대표들은 임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과를 내면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식의 약속을 하지만, 실상은 직원들에게 월급 이상의 회사 지분을 나눠 줄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 그들에게 직원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곤 한다. 회사의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이 동참하고, 같이 희생하기를 기대했으나, 정작 직원들은 딱 월급을 받는 만큼 일하고, 그 이상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대표와 직원은 엄연히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투자에 대해 매우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을 단순히 ‘남의 돈을 받는 것’으로 여기고, 투자자들을 경영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즉,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경영보고를 한다거나, 일정 규모이상의 비용 집행 시 승인을 얻어야 하는 조항이나 주주총회를 열어 주요 의사결정을 승인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이런 태도는 결국 법인 운영시 종업원의 성장이나 주주 이익 극대화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사 결정에서 가족이나 지인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다 보니, 주주명부에 회사 일과 전혀 관계없는 가족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러한 구조는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재벌 경영이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나 짐작한다.
직원과 오너와의 관계는 영원한 평행선일까?
대표(=오너) 입장에서 보면 종종 직원들이 업무에 몰두하지 않고, 마치 ‘시간만 때우는’ 듯 보일 수 있다. 출근하자마자 커피나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비우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미리 나가서 식사를 하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일을 마무리하면서 “땡” 치자마자 “칼퇴”를 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오너는 직원들이 단순히 월급만 가져가는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표면적인 모습일 수 있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거나,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와 고객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직원들은 주어진 시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나조차 믿기지 않았던 직장생활: 사례) 초기 카카오의 이상적인 조직문화
외국계, 국내 기업 등 다양한 직장생활 중 초기 카카오의 1년이 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 회사는 직원들이 단순히 월급을 위해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을 넘어, 본인이 하는 일이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명감을 느끼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찾아서 했다. 그 결과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요일 오후에 나타난다는 ‘월요일 병’ 이 아닌, 회사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월요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는 믿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이처럼, 회사의 성공은 대표 또는 오너들의 책임감만이 아닌, 다수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그들의 주인의식에서 비롯된다. 기술기반의 지식 노동자들은 더더욱 윗사람의 지시와 월급만으로는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받기 어렵다. 직원들이 비전과 의미를 찾고, 회사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평행선처럼 보였던 직원과 오너의 관계는 교차점에서 만나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결론
결국, 회사 오너와 직원 간의 관계는 그들의 태도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관계다. 조건과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행동도 바뀐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표가 직원들에게 비전과 동기를 제공하고, 그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스톡옵션 부여가 그 대표적인 제도와 시스템이다.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이전 스타트업의 한 팀장이 주도한 자발적인 “컬쳐 엠버서더” 제도는 그 한 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와 오너의 인식의 전환이다.
주식회사는 더 이상 대표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회사의 성장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대표와 직원 모두가 서로에게 신뢰와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오너는 직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지 말고, 그들이 회사의 중요한 자산임을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