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이야기

나에게 직장에서 [멘토]란?

by 베론글로벌BGP 2014. 4. 27.

     우리는 누구나 어린시절 존경하는 위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따르고 싶은 선배나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분들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소위 멘토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같은 직장에서 존경할만한 멘토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 인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나를 평가하는 직속상관(매니저)에게 심지어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 역할이라함은 한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능력이 있는 분.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 조직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카리스마 능력을 갖추면서도 공명 정대한 처신에 게다가 나에게는 사적 관심을 가지면서 잘해주시는 이런 매니저. 이거...를 원했다. 

      나는 여러 직장을 옮기면서, 그리고 여러팀에 속해지면서 다양한 매니저(리더)들과 일하는 경험해 보았다. 지금은 그런 분은 위인전에나 나오는 사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매니저는 위인이 아니라, 그냥 저냥 평범한 사람이며, 더군다나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나를 평가하는 매니저는 대부분의 경우 평범한 시민으로 보면 딱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존경하는 매니저로 간직하고 싶은 분이 딱 한명 있다. Eric Schmidt 전 구글CEO. 나의 객관적 평가를 증명해주는 단하나의 사실은 내가 만나서 얘기를 해보았던 구글 직원중에서 Eric을 나쁘게 얘기했던 사람이 단한명이 없었다 점이다. IT/컴퓨터 업계에서 에릭이 가진 지식과 통찰력 그리고 경험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아는 사실이다. 노벨과 Sun에서 현재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젼제시를 했고 구글을 현재의 위치까지 올려 놓았다는 사실에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존경받을 만한 능력이 넘치는 분이다. 

    


      거기에 더불어, 그분과 사적인 경험으로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대하는 커뮤니케이션 자세이다. 2006년 구글코리아에 방문했을때의 일이다. 전통적인 한국 기업의 총수가 여느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면 일정한 동선이 있고, 수행원들이 따르고, 짜여진 연설과 질문들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조금만 해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외국계 기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나가던 컴퓨터 회사 델의 총수. Dell이 한국 사무실을 방문했을때 역시 예정된 일정과 동선 그리고 수행원들이 있었고, 미리 짜여진 질문과 대답 있었기에, 직원과 총수와의 사적인 교감과 커뮤니케이션은 있을 수가 없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 14시간 이상 떨어진 본사의 총수와 조그만 한국지사의 일개 직원과 교감이라니...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남의 일이다....이것은 한국지사장과 일부 몇명의 사람들의 문제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릭슈미츠는 달랐다. 남보다 먼저 점심을 먹고 외근을 나가야겠다는 나의 이기심이 행운을 가져왔다. 저만치서 에릭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역시 신사의 품격을 지닌 총수에게서 나오는 아우라가 느껴졌지만, 이내 그의 미소와 간단한 인사가 친근감을 가지게 했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를 보고 자기는 전혀 한국음식에 대해 모르는 일자무식이니, 한국음식 전문가인 나를 보고 가르쳐 달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몇가지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하고는 내자리로 갔다. 같이 먹자는 용기를 내었으면 더 좋았을뻔 했지만, 에릭과의 시간은 그정도로 충분했다. (빨리 나가야 한다고 핑계를 댔지만, 식사시간 만큼은 긴장하면서 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에 직원들앞에서의 연설과 대화의 시간. 이 역시 이전 직장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에릭은 내가 아는 한 스피치의 원칙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하는 사람이다. 발표시간보다 청중과 질의 응답시간을 더 길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특히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본인 발표는 10~15분을 넘기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질의 응답이었다. 이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나는 가장 먼저 질문을 해볼 요량으로 머리속에 정리된 질문 2가지를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이윽고 질의 응답시간. 보통의 경우 첫질문이 없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던 나는 급하게 손을 들었다. 2가지 질문을 하겠다고 하니, 하나씩 하라고 했다. 일단,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칭찬을 먼저 한다. 너무 좋을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다. 두번째 질문 역시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한다. 이것이 장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그러면 이후에 질문자들은 용기를 내어 너도 나도 하게 된다. 이렇게 대부분의 참석자가 한번씩 에릭과 질의 응답을 하게 되면,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 된다. 그때 나의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평소에 존경하던 사람과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비록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주 짜여진 공식적인 답이었음에도 말이다.)

       에릭슈미츠의 연설과 인터뷰를 유투브에서 본다면, 내가 소개한 일화가 그때뿐이 아닌 그분의 일관된 자세임을 잘 알게 된다. 내가 너무 그분을 모르고 단편적인 경험으로 그분을 존경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얘기하는 사람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얼마전 그는 전부인과 이혼을 했다. 발단은 그의 혼외정사가 원인이었다. 역시나 완벽한 위인은 위인전에만 나오는가 보다. 

      어쨋든 직장생활에서 한사람의 멘토에게 모든 것을 찾으려는 생각에서 나는 요즘 생각을 조금 틀었다. 나보다 뛰어난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배울 수 있다는 좀더 유연한 생각을 가지려 한다. 즉, 이 사람이 내 멘토인가 아닌가의 A or B 의 시각에서 벗어나 이 사람에게서는 이점을 저 사람에게서는 저점을 배우려는 여러가지의 관점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배우려고 생각을 바꾸었더니, 많은 것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의 매니저들이 무능했던 것이 결코 아니었다. 부분 부분 훌륭했던 점만 모아보니, 내가 배워야 할 점들이 참 많았는데, 많이 놓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